경남일간신문 | 거창군은 21일 '거창형 의료복지타운' 조성사업 착공에 나서며,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를 방어하는 전진기지로 키우는 대장정에 올랐다. 총사업비 2,889억 원을 투입하여 공공병원 확충과 임신, 출산, 보육을 아우르는 복합 커뮤니티 거점을 조성해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로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 응급의료 시스템 강화, 안심도시 조성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70개 중 진료권 중 거창권역(거창·합천·함양)은 유일하게 종합병원급 의료기관과 응급의료센터가 없는 의료 취약지역이다.
주민의 99% 이상이 응급의료센터에 도달하는 데 30분 이상이 걸려, 교통사고나 심뇌혈관 질환 등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상황에서 골든타임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역 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병원’에 대한 목소리는 해마다 커져 왔고,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요구는 절박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2019년 보건복지부는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 강화 대책’에 거창적십자병원 이전 신축을 포함시켰다. 이에 발맞춰 민선 8기 거창군수 공약사업으로 ‘거창형 의료복지타운 조성사업’이 선정되면서 응급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물꼬가 트였다.
◇ 병원만으로 병원을 살릴 수 없다. 복합타운으로 조성
2023년 3월 3일, 거창군과 대한적십자사는 거창적십자병원 이전 신축을 위한 부지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군과 적십자사는 역할을 분담해 군은 부지조성을, 적십자사는 병원 건축을 하기로 했다.
거창군은 병원 이전 부지와 함께 산후조리원, 행복맘센터, 육아드림센터도 신축한다. 인근에는 공원과 주차장을 배치하고 약국, 편의시설 등 상업시설을 개발할 수 있는 도시개발사업 방식을 채택해 2023년 8월 부지를 확정했고, 같은 해 11월부터 토지 보상을 시작으로 2024년 1월에는 개발계획을 수립했다.
도시개발사업 규모는 면적 60,923㎡, 조성비 302억 원 규모이며, 의료와 임신, 출산, 육아시설을 모아 종합 인프라 조성을 목표로 2025년 9월 10일 착공에 들어가 10월 21일 착공식을 개최한다.
13실 규모로 조성되는 공공산후조리원과 영아·임산부와 관련된 통합서비스를 지원하는 행복맘센터는 2024년 7월 설계 공모를 완료하고 실시설계에 착수한 상태다. 실시설계가 완료되면 건축공사를 발주해 2026년 착공 후 2027년 준공될 예정이다. 특히 분만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가 있는 적십자병원과 연계될 경우, 산모와 영·유아 맞춤형 서비스의 질이 대폭 높아지고, 분만과 산후조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영유아 종합돌봄시설인 육아드림센터도 10월 중 설계 공모를 마치고 실시설계에 들어가 산후조리원과 비슷한 시기에 착공할 예정이다. 이처럼 거창군은 임신·출산·육아 인프라 확충을 통해 군의 청년층 정주환경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킨다는 전략이다.
◇ 농업진흥지역 해제 위한 ‘70여 차례’의 발걸음
거창 의료복지타운 조성을 위하여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그 중의 가장 핵심은 ‘농업진흥지역 해제’였다. 2024년 들어 주민공람, 군계획위원회 자문을 거쳐 같은 해 6월 경상남도에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신청했다. 이어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70여 차례 협의를 거쳤다.
거창군은 권역 공공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고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하여 임신·출산·육아 인프라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4년 8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되면서 협의가 급물살을 탔고, 같은 해 11월 농식품부로부터 진흥지역 해제 승인을 5개월 만에 이끌어 내면서 가장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
◇ 행정절차 마무리와 부지조성공사 착공
2025년 2월에는 경상남도 경관위원회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잇따라 통과했고, 3월 27일 경남도로부터 도시개발구역 지정 고시를 받으며 중요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후 관계부서 협의, 재해영향평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공익성 협의를 거쳐 8월 27일 최종 실시계획인가 고시를 마치는 등 공사 전 행정절차를 불과 1년 8개월 만에 완료하면서 본격적인 부지조성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 아이천국 거창012케어 탑재
거창군은 의료복지타운을 거점으로 ‘아이천국, 거창012케어’이라는 정책을 도입한다. 이는 0세에서 12세까지 육아부담 제로 도시를 구현해, 시(市)급 이상의 육아환경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임신·태아 단계) 행복맘센터를 통한 건강 관리 △(출산 단계) 공공산후조리원에서 체계적 산모·신생아 케어 △(0~6세 미취학 아동) 육아드림센터 돌봄 지원 △(7~12세 취학 아동) 거창초등학교 학교복합시설을 통해 방과후 돌봄을 지원하고 의료 서비스와 연계하는 사업이다.
◇ “도시생존의 마지막 희망, 의료와 육아로 완성한다”
거창의 강점이었던 교육도시의 위상이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의료복지타운은 단순한 병원 이전이 아니라 의료·출산·육아·돌봄 체계를 구축해 거창의 생활 패러다임을 바꾸는 초대형 사업이다. 응급의료 접근성을 대폭 개선하고,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로 도약함으로써 ‘교육·복지·의료’가 선순환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의료와 육아환경의 개선은 단순히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위한 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에 놓인 ‘교육도시 거창’의 명성을 지켜내기 위한 현실적 대응이기도 하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일은 곧 교육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