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일간신문 |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축으로 추진돼 온 민선 8기 하동군의 하동공설시장 재개발 사업이 하동군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됐다.
하동군의회는 지난 제346회 하동군의회 제2차 정례회에서 군이 제출한 2026년도 당초예산안 중, 사업 추진의 출발점이 되는 점포 영업보상비 30억 원을 별도의 대안이나 보완책 없이 전액 삭감했다.
군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경제적 타당성 부족’을 이유로 제시했으나, 이는 종합적인 정책 판단의 근거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다.
공설시장 재개발 사업은 단순히 점포 임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개발 사업이 아니라, 지역 상권을 보호하고 서민의 생계를 지키며 침체한 도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대표적인 공공정책 사업이다.
그럼에도 군의회는 이러한 공설시장의 정책적 성격과 지역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사업이 지닌 본래의 취지와 공공적 가치를 외면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결정은 군의회 스스로의 과거 입장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낳고 있다.
군의회는 불과 2년 전인 2023년 제2차 정례회 당시, 하동공설시장 주상복합형 시장 조성을 적극 검토할 것을 요구하며 5분 자유발언까지 제안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예산심의에서는 사업의 출발점이 되는 핵심 예산이 별다른 대안 없이 전액 삭감되면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대한 아쉬움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 예산 삭감으로 인해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하동시장 상인들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이다.
하동공설시장은 수년간 점포 소유권을 둘러싸고 하동군과 하동시장번영회 간 법적 다툼이 지속돼 왔으며, 결국 2021년 9월 대법원 판결을 통해 점포 소유권은 최종적으로 하동군 소유로 확정됐다.
이 판결로 인해 시장 상인들은 점포에 대해 어떠한 법적 권리도 인정받을 수 없게 됐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민선 8기 하동군은 점포 소유권 보장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상인들의 생계와 간접적인 재산권 보호를 위해 ‘청춘마켓 입점’, ‘하동시장 편의시설 조성’ 등 과감한 정책을 추진하고, 영업보상을 통해 상인 보호에 최선을 다해 왔다.
특히 하동공설시장 재개발 사업은 시장 활성화와 함께 상인 재산권 보호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군의회의 예산 전액 삭감으로 해당 사업이 무산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장 상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대부분의 하동시장 상인들의 점포 임대 기간은 2026년 12월 31일까지로 한정돼 있어, 재개발 사업이 중단될 경우 상인들의 생계 불안과 사회적 갈등이 재점화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영업보상비는 재개발 사업의 추진 여부를 가르는 핵심 요소”라며, “이에 대한 전액 삭감은 사업 추진에 사실상 결정적인 제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안이나 후속 방안 없이 이뤄진 이번 결정은 그동안 사업에 기대를 걸어온 군민들의 바람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동시장에서 점포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그동안 시장 활성화 필요성이 여러 차례 강조돼 온 만큼, 이번 예산 삭감 결정에 허탈함을 느끼는 상인들이 적지 않다”라며, “시장 재개발을 기다려 온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보다 충분히 반영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번 예산 삭감으로 공설시장 상인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됐고, 장기간 준비해 온 하동시장 활성화 계획 역시 추진에 중대한 제약을 받게 됐다.
하동군은 계속해서 공설시장 재개발이 지닌 공공적 가치와 필요성을 군민들과 공유하고, 대립이나 정쟁이 아닌 군민 중심의 합리적 논의와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군의회와의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